그저 여느때처럼 똑같은 아침이였다. 자습에, 늦게 끝나는 조회에, 줄어든 쉬는시간까지. 다른 거 하나라면 1반에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에 신났다는 거? 루후안 가문의 아이가 온다라나 뭐라나.
그냥 조회 끝나고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날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진다. 이런이런, 또 푸른 장미단인가. 훗, 이놈의 인기란.
고개를 돌렸을때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어? 쟤는 푸른 장미단이 아닐텐데. 저런 애는 장미단에 없는.. 잠깐만. 쟤는 유후미 시엔 아니야? 쟤가 여길 어떻게... 쟤는 일반인 아닌가? 여긴 초능력자 학교인데.
유후미 시엔과는 중학교 때 만났다.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초능력자인 걸 티 안 내고 일반인 중학교에 다녔다. 해리는 일반인 중학교보다 초능력자 중학교가 재밌지 않겠냐며 일반인 중학교가 있는 곳으로 가지 말라고 말했지만 나는 재미를 따지는 편이 아니라며 거절했었다. 물론.... 그때는 해리의 일을 생각하지 못했지만..
조용히 공부하기에는 일반인 중학교가 좋았다. 초능력자 정부의 눈에 되도록 안 띄는게 좋으니까 지방에 위치해 있고 시끄럽게 수업하지 않는다. 그 점에서 좋았다. 무엇보다 가족들과 떨어져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그곳에서 만난 시엔이랑 똑같이 생겼다. 분명 유후미 시엔이 맞다. 이건 백퍼다. 근데 어떻게 초능력자 학교로 온거지?
그냥 마주친 눈을 피하고 다른 곳으로 가길레 빠르게 반 밖으로 나가 시엔을 찾았다.
"시엔!"
시엔의 이름을 외치자 날 돌아보았다.
"응? 누구..." "있잖아 너, 유후미 시엔. 맞지? 기억 나? 나 크레스야. 근데 너가 어떻게 여기를..." "잠깐. 난 루후안 시엔이야. 유후미가 아니라." "....뭐?" "너 누군데?" "나 크레스!" "....크레스? 난 너 처음 봐."
뭐야, 발뺌하는 건가? 장난치는 건가? 그게 아니면 내가 착각하는 건가? 하지만 쟨 그 시엔이 맞을텐데...? 다시 뒤돌아보고 가려하자 의도치않게 큰 목소리로 불렀다.
"야, 너 유후미 시엔 아니야? 너 나랑 같은 중학고 다녔잖아! 소스시티일반중학교!"
유후미.. 아니 루후안 시엔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뒤돌아 본다. 다른 아이들도 큰소리에 이곳을 본다. 시엔은 내게 입모양으로 말한 듯 했다. 자세히는 못 봤지만 '미안한데 꺼져.' 였거나 '왜 아는 척이야.' 였거나 '귀찮게 하지마.' 였겠지. 그러고는 다시 돌아간다.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쟤가 저기 있지. 쟤 분명 일반인 아닌가? 성이 유후미 아니였나? 왜 루후안 시엔이지? 아니면 진짜 나처럼 일반인인 척하고 들어간 건가? 눈에 띄기 싫어서? 이게 최대의 가설이다.
하교시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오늘따라 빨리 집에 가고싶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물론 수업시간에 시엔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가 선생님한테 집중 안 하냐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선생님은 내 바람과 달리 오늘'도' 종례를 늦게 끝내주셨다. 으.. 진짜 잔소리 겁나 많네. 오늘도 여느때처럼 해리가 반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해리에게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진짜 매번 미안하다. 담임쌤 잔소리 진짜 많아. 어제 했던 말만 계속 반복한다니까? 진짜 귀에 딱지 앉겠어.." "담임쌤 진짜 싫겠다. 큭큭큭. 난 빠른 진도를 나가긴 하지만 빠른 종례를 해주시는 수학쌤이 담임이라~ 담임쌤한테 감사해야겠다~" "진짜 미안. 나중에 내가 한번 맛있는 거 쏠게." "에이, 괜찮아~ 종례 늦게 끝난게 니 탓이냐? 쌤 탓이지. 그리고 한번도 사준 적 없잖아~"
한번도 사준 적 없었다는 말이 정콕을 찔렸다. 그러고보니 사준 기억이 없긴 했다. 변명하자면 돈은 있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해리도 알바를 뛰어야 했고 나도 열심히 아버지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물론 매번 그랬듯이 노력에 성과는 없었지만.
...언제까지 아버지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해리에게 시엔에 대해 물어본다는 생각도 잊어버렸다. 그냥 해리와 평소처럼, 그냥 일상처럼 저잣거리에서 헤어졌다.
<다음화 예고> 이 기분은 뭘까. 두근거리고 간질거리는 묘한 기분. 이게 말로만 듣던 사랑인건가. 단 한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였다. -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