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낙화 1화2025-02-02 00:24:33
작성자

예, 아주 죄송합니다...

제가 필력이 딸려서 글을 썼다 지웠다 하다 보니까 아주 연휴까지 끝내려는 계획을 말아먹었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관용이라면 저는 승천할 수 있답니당...


읽어주세용 여러분들의 댓글은 힘이 됩니당


1화-


크레스는 기지개를 폈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보고서 덩어리만 주구장창 보았던 탓일까, 그의 몸은 미라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굳어있었다. 곧 시엔이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을 자랑하는 자신의 검을 들고 방에 들어왔다.

"왜 또 검집에 안넣고 검을 그대로 들고와? 사람 무서워지게."

"혹시 모르지 않나, 이 방에 당장에라도 우릴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 와있을지."

시엔은 그렇게 말하며 해리가 항상 앉는 의자 쪽으로 흘깃 째려봤다. 크레스는 시엔이 말한 '당장에라도 우릴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 해리였음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한참을 해리의 자리에서 맴돌았다. 도저히 해리를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에게 해리는 리더 아카데미에서 제일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그의 행보는 크레스의 시선에서 봐도 가히 수상하다 할 수 있었다.

'맨날 늦게 들어오고, 가끔 자잘한 상처들도 나서 돌아오는게 영 수상하단 말이지…'

그러나 해리는 크레스에게 있어서 직장동료와는 아예 다른 개념인 사람이었다. 소중한 친구이자 전장과도 같은 소스시티를 함께 누비는 전우였다. 크레스는 해리에 대한 의심을 고이 접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는 다시 원래 업무로 돌아갔다. 


그의 업무는 보고서들을 정리해 조사하기 쉽게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의 책상에는 하얀 보고서 종이들이 표면을 덮고 있었고, 몇몇은 바람에 날려 바닥에 흩뿌려져 있기도 했다. 크레스는 짧은 한숨을 쉬고 종이를 집어들었다.

"어디보자… 이건 마하가라 부하 목격담, 이건 피해자 증언 기록서, 이건…"

크레스의 말꼬리가 흐려지자 시엔은 크레스의 옆으로 다가와 종이를 힐끗 쳐다봤다. 종이에는 푸른빛이 도는 긴 머리를 하나로 땋은 남자가 골목에 서있는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크레스와 시엔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쳐다봤다. 사진 속 남자는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친숙한 모습이었다. 둘은 나지막히 입에서 같은 글자를 내뱉었다.

"해리…"

그러나 둘의 목소리는 천지차이였다. 시엔은 분노와 배신감이 뭉쳐진 실덩어리를 삼키는 듯한 목소리였던 반면, 크레스는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에 잠긴 돌멩이가 낼 듯한 목소리였다. 그의 말 속에는 이 사진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길 바라는 일말의 희망이 섞여있으리라.


야속하게도 크레스는 그 희망을 곧바로 내려놓아야 했다. 시엔은 당장 그 종이를 들고 모두를 불러모았고, 모두가 해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크레스는 알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동조하지 않는 것 뿐이라는 것을. 마치 다 짜여진 각본처럼 해리는 홀연히 사라져 있었고, 그의 책상은 주인을 잃은 채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크레스는 살며시 그의 책상 서랍을 열어보았다.

"전부 다 낡은 공책들이잖아… 재미있게 좀 살지."

괜히 놀리는 말투로 혼잣말을 내뱉어보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응어리가 계속 호흡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때, 크레스는 서랍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매우 오랜 기간 동안 소중히 간직되었던게 분명한 일기장이었다. 표지는 단색의 갈색이었고, 책 안은 해리의 글자로 빼곡했다.

"헤엑, 엄청 많이 써왔네… 도대체 몇 살 때부터 쓴거야?"

크레스는 해리의 흔적이 남겨진 공책을 쓰다듬으며 하나하나 읽어나갔다. 몇몇 페이지에는 눈물자국이, 어떤 데에는 핏자국이 스며들어있었다. 이 또한 해리의 인생의 여정이었으리라. 크레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페이지를 더 넘기니 수장 임명식 당일의 일기가 쓰여져 있었다. 크레스는 멋대로 옥상으로 끌고간 자신에 대한 작은 투정이 적혀져있는 글을 흐뭇하게 읽어나갔다. 중간중간 있는 눈물자국에 시선이 갔지만, 이 날은 눈물 흘릴만한 일이 없었기에 그냥 다른 페이지의 눈물이 번진 것이라고 크레스는 추측했다. 한 글자 한 글자 그는 다시 읽어나갔다. 곧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어느새 종이에 있던 눈물자국이 선명한 색을 띠고 있던 것이었다. 투명한 눈물방울은 종이를 적셨고, 그 부분은 종이의 색이 짙어졌다. 의아해하던 크레스는 곧 이유를 찾아냈다.

'나, 울고 있었구나, 해리의 일기를 보면서.'

한 번 알아차리니 눈물은 속절없이 나왔다.

'해리가 이렇게 그리운 날이 올줄이야…'

크레스는 소리를 죽여 뚝뚝 눈물방울을 종이에 흘려보냈다. 간신히 눈물이 더 나오는 것을 막은 뒤 일기의 마지막 문단을 읽었다.


"유성우는 예뻤고, 애들하고 같이 보니 더 즐거웠다. 앞으로도 이런 날이 계속되면 좋겠다.

…만약 마하가라의 부하로서가 아닌 다른 일로 이곳에서 만났다면, 더 친해질 수 있었을려나…?"

그 문단에는 해리의 것이 분명한 오래된 눈물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크레스의 눈물이 상냥하게 뒤덮었다. 도저히 울음을 참을 수가 없던 크레스는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책상에 엎어져 한참을 울었다. 해리는 그에게 있어서 도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수많은 질문이 숨쉬는 것을 방해하는 도중에, 그가 내린 결정은


해리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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