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연성글(솔직히 캐붕…)2025-05-18 16: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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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시엔, 갑자기 왜 이래? 넌 이런 사람이 아니잖아.


시엔: 너, 말 조심해. 설마, 그 얕은 눈으로 날 다 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해리: 그건 아닐지라도… 난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어.


시엔: 겉만 보고 속까지 봤다고 생각했다면… 참 안일했구나, 해리야.


해리: (놀라는)


시엔: 사람들은 알까? 시엔은, 루후안 가문의 임시 가주는… 사실 언니의 그림자처럼 살고 있다는 걸.


해리: …


시엔: 넌 그런 기분 알아? 엄마는 어린 나이에 떠났고, 남은 가족이라고는 아빠, 할머니, 언니뿐인데… 그들마저도 나를 보지 않아. 사랑은 늘 언니 차지였고, 나는… 그저 구석에 버려진 그림자일 뿐이었어. 사람들 모두 언니만 보지. 나한텐… 단 한 방울도 남지 않아. 그 기분, 알아?


해리: … 


시엔: 그 기분…. 아냐고!!! 버림받은 듯한 기분을 너 따위가 아냐고!!!!!


해리: 시엔…난… 나는…


시엔: 아무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어. 누군가는 그냥 생각 없이 흘려보낸 하루들이, 나한텐 다 연습이었어. 실수 없이, 흔들림 없이, 내 존재를 증명할 준비. 


해리: …(미세한 표정의 변화)


시엔: 난.. 반드시 완벽해야 해.


해리: …!


시엔: 언제나 말로만 위로하는 넌 몰랐지? 내가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연습했는지. 실수하면 안 되니까. 망가지면 다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무서웠으니까. 숨결 하나, 눈썹의 각도, 눈빛 하나까지도 철저히 계산해서.  그래야 모두가 비로소 날 처다보며, 무시 대신 나를 ‘인정’하더라. 언니도, 아빠도, 할머니도, 모두가. 


해리: 그래…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잘 만들어졌네. 완벽하게.


시엔: 그렇게 보여? 


해리: 응. 시엔 네가 원하는 대로.


시엔: (풋 웃으며) 그래, 그런데 말이야, 너는? 너는 어때?


해리: 나…?


시엔: 완벽하지 않아도 늘 당당하고,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안 쓰고, 믿고 의지할 친구도 많고.


해리: 시엔… 


시엔: (말을 끊으며)볼 때마다 속이 뒤집힐 정도였어. 난 그걸 얻기 위해 내 진짜 자신까지 버리면서 숨 막히게 살아왔는데, 넌 그냥 처음부터 다 가졌어. 나는 웃을 때마다 표정을 계산하고, 말 한 마디에도 그 의미를 수십 번 되새겨 겨우 이뤘는데…넌 그냥, 숨 쉬듯이 사랑받더라. 왜… 대체 왜….넌 아무렇게나 굴어도 사랑받는 거지?!!??!?!?


해리: 난…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 이유가 있거든.


시엔: (이글대던 눈동자가 차갑게 식으며)…이유? 그건 진짜 내가 되었을 때나 생기는 거야. 근데, 그거 아니? 난 단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진짜 ‘나’로 살아본 적 없어. 항상 누군가의 비교 대상이었지. 언니보다 나은지, 부족한지. 사람들이 보는 건 늘 ‘차이’였고, 나는 그냥… 누군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선일 뿐이었어. 


해리: 미안해… 시엔.


시엔: 미안하다고? 하…그 말, 이제 너무 가벼워. 누구나 쉽게 꺼내지만… 들을수록 비어 있더라. 네가 뭘 안다고…내가 견뎌온 것들 위에, 그런 말 하나 얹으면 끝날 것 같아? 틀렸어. 내가 지금 왜 이 이야기를 너한테 했을 것 같아? 착한 척하는 네 얼굴에… 동정이나 기대한 줄 알아?


해리: …


시엔: 해리야— 날 너무 쉽게 보지 마.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분위기)


해리: 시엔… 네가 그런 일을 하는 순간… 이젠… 더 이상 되돌릴 수도, 멈출 수도 없어. 난 네가 그런…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그러니까 제발… 이쯤에서 멈춰.


시엔: 멈춰달라고? 나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해보고 싶었어. 근데 말이야…아무도 내 외침을 안 들어주더라. 그러니까, 이젠 나도 듣지 않아.


해리: 듣지 않는다…


시엔: 넌 날 전혀 몰라. 돌멩이도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는 애가 누군지… 똑똑히 보여줄게.


 


 


해리: (웃으며)그래, 너도 그 말 하게 됐구나. 그런데 사실 그 말, 내가 먼저 하고 싶었어. 


시엔: (순간 흔들리는 시엔의 눈)


해리: 시엔, 넌 항상 그런 착각을 하더라. 상처받은 건 너 하나뿐이라고. 모두가 널 무시했고,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이제 복수하겠다고. 뭐, 그게 사실 당연하지. 그런데- 너한텐 아무도 안 알려줬나 봐. 그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외면당한 건 바로 ‘나’ 였다는 걸.


시엔:..뭐라고?


해리:  그래. 너도, 그 애들도, 모두가 몰랐겠지만.. 사실 나는 늘, 어둠 속에서 혼자였어. 넌 그걸 몰랐지. 난 늘 웃고 있었으니까. 늘 당당했으니까. 


시엔: 그게… 설마…


해리:  그 웃음, 일부러였어. 내가 무너지는 순간, 아무도 날 보지 않으니까. 내가 약해질 때마다, 사람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더라고. 그래서 난 결심했지. 완벽하게 웃자. 완벽하게 속이자. 또 완벽하게- 조종하자.


시엔: 설마, 너… 처음부터…


해리:  응. 처음부터. 내가 네게 다가갔던 것도, 손 내밀었던 것도, 다 필요해서였어.


시엔: (경악)


해리:  넌 날 그저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진실은… 넌 이미 오래전에 내 손 위에 있었어. 네가 울 때마다, 내가 위로해줄 때마다... 내가 어떤 눈빛으로 널 봤는지, 이제 와서야 궁금하지 않아?


시엔: 그럴 리 없어… 넌… 그런 말, 진심으로…


해리:  진심? (웃음) 시엔,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세상은 진심 같은 건 원하지 않아. 사람들이 원하는 건 ‘승자’야. 그래서 난, 누구보다 치밀하게 준비했어. 네가 무너지는 순간조차- 내가 연출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도록.


천천히,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그건 내가 더 잘하거든. 넌 분노를 택했고, 나는 완벽을 택했어.


시엔: (말없이 해리를 노려보는)


해리: 내가 아까 했던 ’미안해‘라는 말, 기억하지? 그 말, 과연 너한테 했을까? 아니. 내가 미안한 건 약해서 사람들에게 무시받은 과거의 나 뿐이야.


시엔: (오싹)


해리:  이 게임, 드디어 재밌어지겠네. 그럼, 끝까지 해보자, 우리 둘 다. 


시엔: 너… 너 정말…(말문이 막힌)


해리: 시엔, 사람 마음이 어떻게 부서지는지 아니? 한 번에 산산이 깨지는 게 아니야. 말 한 마디, 시선 하나, 무심한 표정. 그게 쌓이고 쌓여서- 어느 날, 그냥 아무 소리도 없이 조각나는 거야.


기대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너를 산산이 부숴줄게.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난 이미 그걸 경험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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