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대지 위를 스쳤다. 그것은 말을 하듯, 또 말을 지우듯 흘렀다. 대지는 누렇게 말라 있었고, 어디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그 위를 걸었다. 말이 없었고, 발자국도 없었다.
다만, 그가 걸어간 자리에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먼지가 있었고, 누군가는 그것을 ‘기도’라 불렀다. 아무도 없지만, 모두가 남아 있었다.
여기는 황연. 황연의 땅.
잊히는 것을 기억하는 땅.
기억하는 것을- 끝내 사라지게 하는 땅.
그 땅에선 누구도 울지 않았다. 그 땅에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울음을 삼킨 목들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이름을 부르던 입술들은 거친 바람에 말라붙어- 이제는 모래와 다르지 않았다.
황연, 그것은 죽은 적이 없다.
다만, 너무 오래 살아 있었다.
"잊지 마... 잊혀진 건, 사라진 게 아니야."
땅에 스며든 목소리,
묻힌 이름,
남겨진 숨결.
모두가 버리고 간 것이지만, 그 아이는 그것들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아이를 버렸다.
아이의 하늘색 머리. 마치 푸르른 하늘을 닮은 하늘색 머리.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하늘이 없었다. 그저... 붉은 태양만이 타고 있을 뿐이었다.
"저 태양은... 날 알고 있을까?"
아이에게 사람들은 이름을 주지 않았다.
말이 사라진 세계에서 이름은 쓸모없는 것이었고, 쓸모없는 것은 기억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누군가는 안다. 그 아이의 발걸음이 스친 곳마다- 언젠가 꽃이 필 것임을. 그것이 이름을 찾는 방식임을.
아직은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그것이 기도인지, 저항인지, 그 자신조차 모르는 걸음으로. 말 없는 바람이 아이의 등 뒤를 스치고, 먼지처럼 남은 숨결이 그를 따른다. 그리고 대지는 느린 숨을 쉰다. 누구도 듣지 못한 채로.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는 방식으로.
황연. 간절히 바라고도 끝내 잊히지 않는 그 황량한 땅.
모두가 떠난 뒤에도 남겨진 것들.
그것을 기억하는 대지.
그리고... 아직 이름 없는 아이 하나.
이것은, 그 아이가 걷고 있는 이야기이다.
내가 어쩌다 이걸 쓰게 된 거지...?????? 참 별몬아 조언 감사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