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타는 태어날 때부터 해리의 고향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한 번도 이곳을 고향이라 부른 적이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끝에 맴도는 건, 집을 감싼 비닐천에서 내려앉은 먼지와, 소각장의 불길이 남긴 그을음 냄새였다. 첫 숨부터가 눅눅하고 매캐했으니, 이곳에 있다는 게 늘 불쾌했다. 해리에게는 이 삶이 잘못 태어난 벌처럼 느껴졌다.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발밑은 지저분했다. 병조각, 부러진 나사, 시멘트 조각. 그런 것들을 디디며 걷다 보면, 자기 삶마저 저 쓰레기 더미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차츰 올라왔다.
그런데, 언제나 똑같았다. 그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술병을 부여잡고, 누군가는 폐철을 모아 고철상에 넘기고, 누군가는 하루 종일 소각장 불길을 지켜보았다. 다들 불평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이곳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해리에게는 지긋지긋했다.
"여기가 싫다. 냄새도, 소리도, 사람도. 전부." 오늘도 그저 쓰레기 더미 위에 앉아, 무심히 던져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맑지 않았다. 연기에 얼룩지고, 햇살은 희미하게만 흘렀다. 바람이 불면 잠시 틈이 벌어졌지만, 금세 또다시 연기가 가득 찼다. 마치 이 땅이 애써 희망을 밀어내는 듯했다.
"난 여기서 살다 죽고 싶지 않다고." 해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언젠가,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해리는 가끔 꿈을 꿨다. 아직 본 적 없는 풍경의 꿈. 쓰레기 더미 대신 물결이 일렁이고, 매캐한 냄새 대신 바람이 소금처럼 서늘한 곳. 그 꿈을 꾸고 나면, 다시 눈앞에 펼쳐진 사와타가 더욱 역겹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그날, 낯선 울림이 사와타의 공기를 가로질러 왔을 때, 해리는 누구보다 먼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거친 잡음 속에, 아주 잠깐. 파도 같은 울림이 스며들었다.
“... 물?” 아이의 입가에, 처음으로 진심 어린 갈망이 번졌다. 생각도 잠시, 쇳조각이 무너지는 소리가 멀리서 터져 나왔다. 사와타에선 흔한 소리였지만, 오늘따라 해리는 그 속에서 다른 울림을 들었다. 분명히 파도 같았다. 언젠가 꿈에서 들은 적 있는, 숨결처럼 부드럽게 이어졌다 끊어지는 소리.
"거짓말이야… 여긴 바다가 없잖아." 해리는 작게 중얼거렸지만, 발걸음은 이미 소리의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쓰레기 산 사이에는 좁은 틈이 많았다. 녹슨 드럼통이 굴러 떨어지고, 깨진 유리병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발밑이 불안했지만, 천천히, 조심스레 틈을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야, 해리!"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를 잡아챘다. 크레스였다.
"또 혼자 기웃거려? 거기 위험한 건 알지? 아까도 세령이 동생이 낙석에 깔렸대. 다행히 구출했지만." 만나자마자 참견이다. 역시 한순간이라도 참견을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크레스다웠다.
"내 말 듣고 있냐?" 크레스가 내 눈앞에서 손을 휘휘 휘저으며 말했다. 해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귀를 막은 것도 아닌데, 파도 같은 소리가 여전히 귓속에서 잔잔히 번져오고 있었다. 그 소리에 이끌려 발끝이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마다, 이곳 사와타가 더욱 무겁게 자신을 붙잡는 것만 같았다.
"또 그 표정이네." 크레스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사람은 발 딛고 있는 데서 사는 거야. 여기가 더럽고 시끄럽다고? 그래도 우리가 숨 쉬는 곳이잖아. 밖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쓰레기뿐."
쓰레기뿐. 그 말은 해리의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크레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눈앞을 가득 메운 건 낡은 철판과 그을음, 부패한 냄새, 끝없이 쌓인 더미. 하지만 해리는 그 단어에 지고 싶지 않았다.
해리는 발끝을 들고 쓰레기 더미 사이 좁은 틈을 살폈다. 녹슨 드럼통과 깨진 유리병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지만, 그것조차 그의 시선을 붙잡지는 못했다. 귓가에는 여전히 파도 같은 울림이 맴돌았다.
"있어… 저 너머에." 크레스는 해리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쏘아붙였다. "또 그 소리야? 너머에 뭐가 있다는 헛소리. 제발 그만 좀 하지 그래?"
하지만 해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쓰레기 더미 뒤편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 사이에서, 해리가 아주 낮게 속삭였다.
"크레스, 만약 진짜 있다면, 그때 넌 날 따라올 거야?"
크레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해리는 이미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주 엄청난 뭔가를…
에헴 사실 별몬이가 쓴 글 빼긴거긴 한데 크흐흠... (물론 조금~은 고쳤습니다 정확히는 오빠찬스~~)
네 일단 1화 나왔구요 아마 2화부터 거의 공동연재(??) 를 하지않을까요... 별몬아 잘부탁해~~ 물론 아이디어는 내가 줄게요~~ (이건 넘 양심없고 그냥 2화는 네가 준 2화 참고해서 내가 쓸게유)
출처 : (별몬이의) 바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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