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또 마법천자문인지 하는 어린이 학습 만화의 그.. 연성 만화? 그거 보는 거에요? 안 유치해요?”
“아.. 응. 나름 재밌으니까..”
다 큰 직장인이 무슨 마법천자문을 보내고 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인생 만화다. 주인공인 손오공은… 내 우상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주변에 친구들도, 그를 믿는 이들도 많다. 내가.. 원하던 모습이였다.
요즘 내가 보는 건 그냥 마법천자문이 아니라, 마법천자문 연성 만화다. 마법천자문 캐릭터들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그냥 즐겨본다.
곧 퇴근 시간이다. 하나 둘씩 짐을 싸고, 인사하고 나간다. 상무님이다.
"전팀장 오늘 야근인거 알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수고하라고 하시면서 가신다. 그래, 야근이지. 그것도, 마지막.
모두가 나가자 나는 조용히 회사 옥상으로 올라갔다. 오늘따라 노을진 하늘이 예뻤다. 노을을 감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딸 지안이, 할머니 집에서 잘 살겠지? 지훈씨는 돌아올 생각은 없을 거고.. 우리 딸... 보고 싶다..
신에게 빌고 싶다. 내가 다시 태어날 기회가 있다면.. 손오공처럼, 친구도, 지인도 많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천천히 난간 위로 올라갔다. 중심 잡기 어렵지 않게, 난간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화분이나 다름없는 나무 상자위에 섰다. 몸을 하늘로.. 아니 땅으로 던졌다. 떨어지면서, 예전 별의별 추억이 다 떠올랐다.
엄마랑 같이 해돋이를 본 날,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날, 지훈씨를 처음 만난 날, 지훈씨와의 첫 데이트, 지안이를 만난 날, 그리고... 유서를 쓴 오늘도. 내일이면 발견하겠지.
지안아.. 이제와서 미안해..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이미.. 늦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낭떠러지로 내몬 이 세상아..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