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단편글(나비)2025-12-13 16: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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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드가 웬일이지?'


세뇌를 풀어준 후 단은 죄책감에 휩싸여 래퍼드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앞으로도 다신 얘기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와 달리, 래퍼드가 먼저 단의 정원에 들어왔다. 단은 의아하면서도 긴장하며 래퍼드를 돌아봤다. 뒤엔 기계 갑옷을 벗은 래퍼드가 서있었다.


''무슨 일이야?''


긴장한 마음을 숨기려 웃었지만 단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무슨 말을 해야 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을까' 이 생각만이 단의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이내 정적을 깨부순 래퍼드의 말은 단을 놀래키기에 충분했다.


''단, 탈출하자.''

''뭐..?''

''넌 이렇게 사는 게 행복해?''


'행복'

단은 살면서 행복이란 단어에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제나 마하가라의 말을 복종하며 사는 게 일상이었고, 그에겐 당연한 삶이었다.

그런데 래퍼드의 물음은 무슨 뜻일까. 어떤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일까.


''마하가라 님의 말만 따르고 복종하며 너의 자유라곤 한번도 없이 사는 게 행복하냐고.''


언제나 차분한 바다같던 그의 푸른 눈에 거친 파도가 일었다.


''당연하지. 그게 내 탄생 이유이자 삶의 이유인걸.''

''...아니지 않아?''

''뭐..?''

''넌 지금의 삶이 행복이라고 답하지만 사실 아니잖아. 그렇지? 이제라도 속박에서 풀려나 너의 길을 찾아. 너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넌 누군가를 따르고 복종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너의 삶은 너가 정하는거야.''


정원에서 꽃과 놀던 나비가 단의 손가락에 앉았다. 단은 그 나비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 분과 나는 한 몸이나 다름없어. 그리고 난 이미 이 나비처럼 충분히 자유로운걸.''

''... 아니, 넌 그 나비보다도 자유롭지 않잖아. 사실 벗어나길 바라고 있잖아. 단, 제발 내 말을 들어줘..''

''아니! 이게 내 삶이야! 내 길이야!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실이야! 그 분과 난 한 몸이야! 그게 나의 탄생 이유라고!''

''...그래 단..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래퍼드는 단의 앞에 다신 보이지 않았다.


.




.





.



시간이 흘러 래퍼드는 마하가라를 무찌르는 쪽에 기울었다. 드디어 최후의 날. 마하가라와 맞서게 되었다. 마하가라의 부하들과 치열한 전투 속 래퍼드는 마하가라의 옆에 서있는 단을 바라보았다.

초점없는 공허한 눈이 래퍼드를 마주보았다.


''단...''


전투가 얼마나 진행되었을까. 끝내 마하가라가 커다란 폭탄을 터뜨렸다. 모두가 폭발을 막으려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끝이라 생각한 순간, 누군가 커다란 보호막으로 폭발을 막아냈다.

털썩.

래퍼드의 앞에 누군가가 떨어져 쓰러졌다. 여기저기 해진 옷에 상처가 가득한 얼굴, 겨우 숨이 붙어있는 단이 래퍼드의 눈에 들어왔다.


''단!!''

''래퍼드..''


그녀를 본 단이 희미하게 웃었다.


''너가 왜...''

''래퍼드.. 미안해.. 너가 그렇게 가버린 뒤로.. 계속 생각했어. 나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행복은 뭘까.. 내 길은 어디일까...''

''말하지 마! 그렇게 큰 힘을 썼는데... 그렇게 말을 하면.. 상처가...''

''마지막에라도 할 일을 해내서 다행이야... 래퍼드.. 만약 환생이란 게 있다면 난 진짜 나비가 되고 싶어... 그때 난 나비같이 자유롭다했지만... 네 말이 맞았어. 난 자유롭지 않았어... 나비인척하는 날파리나 다름없었어..''

''말하지 말라고...''

''그래도... 마지막을 너랑 보내서 행복해... 다시 만나서 이렇게 얘기할 수 있고... 내가 나비로 다시 태어난다면.. 진짜 자유의 날개로 날고 싶어.''

''... ...''

''그 날개를 처음 펴는 날엔, 널 만나러 갈게... 래퍼드... 안녕...''


그 후로 단은 눈을 뜨지 않았다.


.





.





.




화창한 날에 도시를 복구하는 사람들이 분주했다.

힘든 전투 끝에 결국 마하가라에게 승리했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와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래퍼드는 도시 한 구석에 쭈그려 앉아 우울하게 있었다.

바로 앞에 있었는데.. 지킬 수 있었는데... 눈을 감았다 뜨면 아무 일 없었단 듯이 방긋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데...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 순간 어디서 왔는지 나비 하나가 래퍼드의 옆에 있던 작은 꽃에 앉았다.


''응?''


나비는 다시 날아 래퍼드의 팔에 앉았다. 바다처럼 푸른 날개가 단의 눈동자와 닮은 듯 했다.


'래퍼드.. 만약 환생이란게 있다면 난 진짜 나비가 되고 싶어...'


그녀는 홀린듯 나비의 날개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리고 말했다.


''단... 드디어 자유의 날개를 펼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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