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오랜만에 왔음요2025-09-18 2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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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하다 오랜만에 왔어요. 단편 연성글 하나 올리고 갑니다.



“하하.”
해리의 웃음소리가 훈련장의 먼지 속으로 퍼져나갔다.
“재밌네, 그 말.”
그는 신나게 웃었다.
말끝마다 장난스러운 농담을 덧붙였고,
어떤 대화에서도 가볍게 웃으며 넘겼다.
낯선 병사 앞에서도, 리더들 앞에서도,
심지어 적 앞에서도.
사람들은 그를 불렀다.
“여유 있는 자.”
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웃음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해리의 곁엔 늘 친구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들을 해리의 친구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해리는 진짜 멋진 애야. 어떻게 힘든 와중에도 웃을 수 있지?”
모두가 그렇게 믿었다.
해리의 웃음을 진실이라고.
하지만 시엔만은 달랐다.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건… 가면이야.
해리는 아무도 믿지 않아.
믿는 척은 하지.
하지만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해리가 더 큰 상처를 입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멀리서,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해리조차도.

훈련장은 뜨거웠다.
모래와 먼지가 허공을 흩날리고, 병사들의 거친 숨이 뒤엉켰다.
해리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는 검을 휘두르며 웃었다.
“이 정도면 산책이지 않나?”
“조금 더 힘내자. 오늘 저녁은 내가 쏠 테니까.”
전우들은 힘을 얻었다.
사람들은 다시 그를 불렀다.
“여유 있는 자.”
해리는 훈련 중에도 늘 계산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위치, 칼날의 방향, 서로의 숨결까지.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상황을 지휘했다.
훈련이 끝나자 모두가 숙소로 향했다.
웃음소리, 대화, 발걸음… 하나씩 멀어지고,
어둠이 훈련장을 삼켰다.
홀로 남은 해리는 그제야 숨을 몰아쉬었다.
숨이 아니라, 끊어진 듯한 헐떡임이었다.
허공을 향해 칼을 떨어뜨렸다.
“쨍” 하는 금속음이 훈련장에 메아리쳤다.
해리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더는 숨길 수 없는 피와 고통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입술 안쪽이 터져 있었다.
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렸고,
손바닥은 피로 가득 젖어 있었다.
아무도 보는 이가 없다는 걸 재차 확인하자,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웃음을 거둔 순간, 그가 본 것은 자신뿐이었다.
입술은 굳게 다물렸고, 눈동자는 검게 가라앉았다.
웃어야 한다.
계속 웃어야 한다.
그게 내가 살아남는 길이다.
그는 검을 들고,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반복했다.
수십 번, 수백 번.
팔이 저려오고 손끝이 얼얼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이미 피투성이였다.
검을 손에 든 채, 해리는 잠시 멈춰 섰다.
어둠 속 훈련장은 고요했고, 먼지 냄새만이 코끝을 스쳤다.
웃어야 한다.
계속 웃어야 한다.
그게 내가 살아남는 길이다.
머릿속으로 반복되는 생각.
그 속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 스며들었다.
피온스.
그곳에서 그는 천민으로 태어나 모든 시선과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해리 님, 피온스 천민 출신이잖아.”
“우리보다 미천한 녀석에게 명령을 들어야 하다니…”
“천민은 동물보다 낮다던데.”
그 말들은 아직도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그때 느낀 상처와 굴욕,
그 감각이 아직도 몸속 깊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해리는 웃었다.
진짜 마음을 숨기고,
스스로를 강하게 보이게 하고,
아무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그가 웃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기 위해.

멀리서, 어둠 속에 누군가 있었다.
시엔이었다.
해리는 황급히 피의 흔적을 가렸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장난스러운 눈빛을 가장했다.
그리고 말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내가 멋있어서 그러냐?”
농담처럼 뱉은 말.
가면은 완벽했다.
그러나 해리 자신은 알고 있었다.
그 웃음이, 점점 더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훈련장을 벗어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해리는 가볍게 웃으며 병사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계산하고 있었다.
누가 나를 믿고, 누가 나를 의심할까.
누가 날 아끼고, 누가 나를 버릴까.
그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리.
그 누구에게도.
해리의 웃음은 오늘도 여전히 가면이었다.
그리고 그 가면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병사들이 하나둘 숙소로 향한 뒤, 훈련장에는 아직 몇 명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검을 정리하던 한 병사가 실수로 칼날을 놓쳤다.
칼끝은 허공을 가르며 튀어 나갔고, 해리의 손등을 스쳤다.
“아, 죄송합니다!”
병사는 다급히 허리를 굽혔다.
“하하, 괜찮아. 바람이 좀 심했네.”
해리는 태연히 웃어넘겼다.
그러나 장갑 속에서 피가 번져 나와 손가락을 적셨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지만, 시엔은 그 순간 그의 눈에 스친 고통을 놓치지 않았다.
훈련이 완전히 끝난 뒤, 시엔은 해리를 불러 세웠다.
“해리.”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그냥 웃지 않아도 돼.”
그 짧은 문장이 해리의 귓가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잠시, 그의 얼굴에 미묘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그는 곧 활짝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뭐야, 네가 나 걱정해주는 거야? 얼음 공주님이 왠일이래?”
익숙한 농담, 가벼운 미소.
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흔들림은 너무도 선명했다.
시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해리는 시선을 피한 채, 손을 흔들며 먼저 걸어갔다.
‘…아무도 그렇게 말해준 적 없었는데.’
그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밤이 깊어갈 무렵, 날카로운 경보음이 진지를 흔들었다.
“모의 전투 준비! 전원 집합!”
병사들이 허둥대며 달려 나왔고, 해리는 누구보다 먼저 검을 쥐었다.
그의 얼굴엔 다시 익숙한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전투가 시작됐다.
모래와 먼지가 뒤엉킨 훈련장 한복판에서 해리는 눈부실 정도로 냉철했다.
병사들의 위치, 칼날의 방향, 바람의 흐름까지 계산해냈다.
웃음과 함께, 해리는 모두를 이끌었다.
병사들은 외쳤다.
“역시 여유 있는 자다!”
전투가 끝나자 환호가 터졌다.
병사들은 서로의 어깨를 치며 웃음을 나눴다.
그러나 해리는 조용히 한쪽 구석으로 몸을 돌렸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어둠 속이었다.
해리는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는 소리 내어 울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오직 숨죽인 헐떡임만이 어둠에 흩날렸다.
‘웃어야 한다.
계속 웃어야 한다.
그게 내가 살아남는 길이다.’
그는 수십 번, 수백 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붙잡은 건 검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씌운 웃음의 가면이었다.

멀리서, 훈련장의 그림자 사이에 시엔이 서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피를 닦는 손, 바닥에 떨어진 검, 얼굴을 감싼 떨리는 손가락.
모두 다.
그러나 그녀는 발걸음을 내딛지 않았다.
그의 가면을 억지로 벗기는 순간, 그가 완전히 무너져 버릴까 두려웠다.
그저 조용히, 눈빛으로만 그를 감싸 안았다.
이윽고 해리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는 몸을 곧게 세우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다시 농담을 뱉을 준비를 하듯, 장난스러운 눈빛을 가면처럼 얹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그는 병사들과 어울려 웃었다.
그러나, 속으로 해리는 중얼거렸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리.
그 누구에게도.’
그러나 그는 몰랐다.
어둠 속에서 시엔이 묵묵히 그의 뒤를 따르고 있다는 것을.
그의 웃음 뒤에 숨은 고독을, 이미 누군가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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