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버려진 일기(단편)2025-09-24 14: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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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새 학년이 되면 꼭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를 쓰게 한다. 그 중 ‘나의 장점 한 가지‘라는 부분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는 항상 그 부분을 비워서 제출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물으셨다. 이 부분을 채워서 내라고. 몇 가지 예시와 생전 처음 보는 다른 애들의 장점을 들은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지만, 죄다 뻔하고 재미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종이 울리자마자 다시 그 부분만 비워서 냈다. 그럼 선생님은 다시 물으셨다. 왜 이 부분을 또 비워서 냈느냐고.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딱 두 개였다. 하나는 이렇게 착한 선생님이 걸려서 정말 다행이라는 거고, 하나는 색다르지만 설득력 있는 변명거리다. 매년 똑같은 변명, 똑같은 핑계를 대는 것도 재미 없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 이유들은 무쓸모가 된다. 어차피 채워서 내라고 하니까. 그러면 나는 그 부분에 ‘X’표시를 해서 낸다.

 뭐, 내가 이러는 이유는 내 추구미와는 다르게 아주 뻔하다.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배려심이 깊다, 눈치가 빠르다 같은 것들은 그냥 이 세상에서의 뛰어난 생존 능력일 뿐이다. 물론 나도 장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굳이 그걸 찾고 싶지는 않다. 귀찮고 번거로우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내 장점을 말해줘도 딱히 쓰고 싶지는 않다. 그 장점을 악용하려는 녀석들이 존재할 테니까. 그 장점을 이용해 온갖 걸 다 부탁할 테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점이 없다는 걸 정말 나쁘게 생각한다. 눈치 없는 사람들은 진짜 장점이 없어서 별로인 애라고 생각하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자존감이 없는 애라고 생각한다. 뭐,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난 상관없다. 나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사는 녀석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싸가지도 아니고, 일진도 아니다.

 난 그냥…그런 놈이다. 자유분방하지만 나쁜 짓은 안 하는, 그냥 반에 한 명씩 있는 특이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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