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유령(단편)2025-09-05 19: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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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하겠지..."


그 말이 입술을 떠나자,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무도 없는 방, 너무도 고요하여, 내 안에서 무언가 조금씩 부서지는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오직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점점 희미해지는 기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상 위에 엎드려 보았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감촉은 차가웠다. 그래, 아직... 나는 분명 살아 있다. 그럼 이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은 도대체 뭘까.


나는 요즘 살아있다는 감각이 잘 들지 않았다.
마치 모든 빛이 나를 지나쳐 가는 것 같다.

누군가와 마주 서 있어도, 그 사람의 시선은 내 뒤를 향한다.
대화 속에서도, 내 말은 금세 잊히고, 남은 건 침묵뿐이었다.
나는 거기 있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웃음이 새어나왔다. 쓸쓸하고도 가벼운 웃음이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그냥, 너무 조용했을 뿐일까. 너무 조용해서, 그들 사이에서 흐릿해진 걸까.

창문을 열자 도심의 차가운 바람이 방안으로 몰려들어왔다. 도시의 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불빛이 찬란하게 쏟아졌고, 사람들은 하하 웃었고, 차는 쌩쌩 달렸다.
모든 것이 생생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무 감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모든 소리가, 마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내 몸을 스쳤다. 이 느낌, 왠지 익숙한데.
아. 그렇군.

엄마. 

내가 어린 시절, 밤이 무서워 울 때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떨 때마다 꼭 안아주던 사람.


"해리야, 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그 목소리는 언제나 따뜻했고, 그 품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품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나는 그때, 내가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믿었다. 언제나 함께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목소리를 들을 수도, 그 품을 느낄 수도 없다. 단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만 남아 있다.

나는 언제나 그 앞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웃음이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아니까. 아니, 나를 보지 못한다는 걸 아니까.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조금씩 투명해지기 시작한 게.
엄마가 사라지고, 나를 불러주는 목소리가 없어지고...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그 안에서 나는 점점 조용해졌다.
그 세상 안에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괜찮아?'
그 단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걸까.

"혹시... 진짜 유령이 있다면 이런 기분일까."

나는 발을 움직였다. 서서히 길거리에 나섰다. 바닥에 발이 닫는 느낌이 희미했다.


침침하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고,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육교에 오른다. 그 아래로 보이는 교차로에는 불빛이 교차했고, 차들이 줄지어 달렸다.
그 빛들은 너무나 눈부시게 살아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더... 투명해졌다.


"혹시... 내가 없어져도, 이 세상은 이렇게 똑같이 돌아가겠지."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육교 난간에 손을 올렸다. 아, 차갑다. 손가락이 조금 떨렸다.


"죽으면, 진짜 유령이 될까? 아니면 그냥... 사라지는 걸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문득, 발걸음이 허공에 닿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본다고 해도,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나를 부르는 소리 따윈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별몬의 단편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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