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록-" 기침소리가 업무실 안에 울려퍼졌다. 지독한 업무에 시달리며 눈 돌릴 곳을 찾던 사람들은 기웃거리며 이 기침소리를 낸 사람이 누군지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눈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해리였다.
어제 해리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소스시티 시내에 나타난 거대지네를 처리하러 갔다. 문제는 해리가 급하게 나가느라 가는 도중 챙길 겉옷을 깜빡했다는 것. 물론, 해리는 리더 아카데미 밖을 거의 나가지 않기에 외부의 날씨를 모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외부의 날씨가 영하 10도였다는 점이다.
영하 10도의 날씨에서 5시간 가량 대량으로 출몰한 거대지네를 처리하는 건 감기에 걸리기 딱 좋았다.
아카데미로 돌아가자마자, 이 사건을 처리하는데 5시간 밖에 걸리지 않은 해리를 칭찬하는 사람들이 반겼다. 그나마 눈치있는 사람들은 해리를 반겨주는 사람들 품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며 쉬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다음날 해리는 감기에 걸렸다. 머리가 띵하고 온몸이 후끈거리며 눈앞이 뿌연 것이 누가봐도 감기 걸린 사람의 증상이였다.
하아아... 해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가를 낼까 생각도 했지만, 일 년간 제공되는 사흘간의 휴가 중 5월에 아파서 쓴 이틀간의 휴가를 제외하면 자신에게 남은 건 하루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하루는 크리스마스에 사용하기로 크레스와 약속했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평소처럼 출근을 하던 도중, 크레스를 만났다. 크레스는 해리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어제 한 건해서 좋겠네?" "와아 그 거대지네 녀석들을 5시간만에 하다니 대단하-" 콜록- 해리의 기침소리에 크레스가 말을 멈췄다. 한 번 시작한 기침은 멈출 줄 몰랐고, 연신 기침을 해대다가 눈에 눈물이 고일 무렵에 어느정도 잦아들었다.
크레스는 해리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윽고 피식 웃었다. 해리가 크레스를 눈물 고인 눈으로 노려보니, "감기냐?" 라며 비웃었다. 걱정을 바란 건 아니지만, 자기를 비웃는 모습에 열이 받았다. 솔직히 이런 자기의 모습이 해리도 우습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어 화를 누그러뜨렸다.
해리가 화를 낼 듯 노려보다가, 눈을 피하곤 차분해지니 크레스는 어리둥절했다. "야! 야!"라고 소리치니 아주 작은 대답이 들려왔다. "하하핫..."
해리의 허탈한 웃음소리에 크레스는 끅끅거리며 웃었다. 해리는 그런 크레스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업무실에서 해리는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피온스에서 최근발생한 이상기후현상으로 인하여 피온스 관련 서류가 늘었다. 피온스 관련된 일은 당연히 해리가 처리하니, 해리의 업무는 자연스럽게 늘었다. 게다가 어제 거대지네를 처리하러 간 동안 처리하지 못한 서류또한 오늘까지는 다 처리해야 하기에 서류가 산처럼 쌓였다.
해리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힘이 없어 그냥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의사선생님이 밥 먹고 약을 먹어야 하니 꼭 밥을 거르지 말라고 하셨지만, 오늘도 밥은 그냥 믹스커피로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크레스가 시엔을 데리고 왔다. 시엔은 마주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해리는 자신을 놀릴 사람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에 허탈해졌다.
"한심하기는" 시엔이 해리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해리는 시엔을 올려다보다가 '내가 지금 얘랑 싸워서 이길 수나 있을까...'싶어 눈을 피했다.
시엔이랑 크레스는 해리의 책상위에 작은 쪽지를 올리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뭐지?' 쪽지가 무엇인지 궁금해 열자, "퇴근하고 남아."라고 적혀있었다. 해리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안 그래도 아파죽겠는데 퇴근을 미루라고? 지금 퇴근해도 모자랄 판에? 해리는 쪽지를 구기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퇴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8시가 되어 퇴근하려는데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크레스가 해리를 잡았다. 그러곤 아무말도 없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 아프다고!' 해리는 마음속으로 소리쳤지만, 약을 안 먹어서 목이 부었는지 말이 안 나왔다. 해리는 반항을 포기하고, 크레스에게 질질 끌러다니다가 옥상에 도착했다. 옥상에는 언제왔는지 시엔도 도착해 있었다.
이윽고, 하늘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 같진 않기만, 비보다 더 순수하고 새하얀 무언가가 내려왔다. "눈..."
이건 해리의 인생의 첫눈이었고, 해리가 본 가장 아름다운 눈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이런 경험을 주기 위해 나를 끌고왔구나...' 해리는 가슴한켠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걸까? 해리는 정신을 잃고 쓰려졌다.
해리는 다음날 감기가 말끔하게 나았다. ...하지만, 리더아카데미에는 새로운 감기 환자가 둘이나 더 생겼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