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정말 할 말은 하겠습니다.2022-07-13 17: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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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008년 15권 때부터 마법천자문을 읽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빠지지 않고 읽어 온 독자입니다. 20권에서 원작자님께서 갑작스레 하차하실 때도, 저는 그다지 불만이 없었습니다. 

원작자께서 완결까지 함께하시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뭔가 사정이 있겠지.. 교채 후에도 나름 좋었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20,21권을 상당히 만족스럽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현수 작가께서 떡밥을 잘 회수해 주셨고, 이전보다 훨씬 줄어든 발간 주기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전달해주신 덕분에 전 21권을 보는 내내 ‘작가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완결하는 만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21권에서 2부 예고를 하는 것을 보고 조금 찝찝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다른 새계가 있다는 설정이 들어와서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21권의 극 전개 템포가 조금 빠르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전 그게 설마 2부 예고를 위해 1부 최종전을 급전개한 것일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검은 형체가 엄청난 위압감을 풍기며 결계를 깨부수고 나오는 모습이 강렬했기에 2부에 대한 기대가 있긴 했지만, 그 이전에 지금까지 내가 본 마법천자문의 스토리는 뭔가 어중간하게 마무리된 듯한 찝찝함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전 2부도 내내 큰 불만 없이 봤습니다. 20권부터 새로 바뀐 그림작가님들은 전임자였던 시리얼 팀의 그림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마법천자문의 분위기를 이어가 주셨습니다. 사실, 몇몇 부분에서는 시리얼 작가팀보다 더 우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30권대부터 뭔가 그림체가 바뀌기 시작해서 아쉽긴 했지만, 홍거북 작가팀의 노력도 엄청난 것이기에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적인 면으로 보면 2부가 현재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41권까지는 이런 비판이 전혀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뜬금없는 개그씬과 안일한 전개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스토리의 일관성은 뚜렷했습니다. 지금와서 다시 돌아보면 1부의 구성을 너무 스케일만 키워서 재탕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2부가 전개되던 당시에는 흥미로운 떡밥이 많았기에 그런 불만은 없었습니다. 김현수 작가에 이어 22권부터 41권까지 스토리를 담당한 올댓스토리 작가팀은 적어도 자신들이 담당하던 스토리 내에서의 완결성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초반부터 던지던 최대 떡밥인 검은마왕의 정체는 매우 자연스럽게 해소되었습니다. 이제 완결을 안전하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42권부터 김현수 작가님께서 복귀하셨습니다. 뜬금없이 새로운 작가님을 영입한 것이 아닌 1부를 상당한 수준으로 마무리지어주신 김현수 작가님을 복귀시킨 것이기에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부의 후반부를 앞두고 작가를 교체하니, 1부 때의 일이 다시 발생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중엔 한술 도 떠서 김현수 작가님마저 교체해 버리시더군요. 물론 전 김현수 작가님이 42권부터 갑자기 선악구도를 비틀어 버리신 것을 딱히 좋게 보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암흑상제란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주고, 대마왕의 재탕으로만 보이지 않게끔 노력한 것이 보이기에 전 그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물론 41권까지 보여준 압도적인 포스가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기에 전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새로 영입되신 유대영 작가님은 50권에서 갑자기 암흑상제를 다시 22-41권 때의, 아니, 그때보다 더 사악한 절대 악으로 묘사하시더군요. 전 전술했듯이 42권부터 바뀐 선악구도를 썩 좋아하진 않았기에 이 결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깔끔한 결말을 위한 조금의 모험일 것이라 생각했죠. 



근데, 이제 보니..


전혀 아니더군요.

전 50권 당시에도 이런 결정에 불만을 가지며 항의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보라고 하고, 과격하게 말하시는 분들께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습니다. 결과물을 보고 생각하자구요. 


그런데… 51,52권에서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줄 알았던 스토리를…



이번에 아주 처참하게 난도질하시고, 21권에서의 뜬금없는 엔딩은 선녀로 보일 수준으로 2부를 어정쩡하게 끝맺으시더니,

바로 3부 예고를 때려넣으시더군요.

정말, 전 이 3부 예고 페이지를 10분 넘게 쳐다봤습니다. 전에도 3부가 나온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전 나온다고 해도 2부를 잘 마무리하고 깔끔하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선을 넘었죠. 1부에 이어 2부마저도 결말이 찝찝하게 끝나버렸네요. 아니, 2부는 1부보다 더해서 결말이 박살나버린 수준입니다. 암흑상제는 22권부터 바로 전권인 52권까지 진행되는 동안에도 캐릭터성이 왔다갔다 했지만, 이번 53권에서의 암흑상제는..

말을 못하겠네요. 갑자기 암흑노야를 배신하고, 수많은 사냥개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하다니!!

태초의 전쟁 직후 자신에게 육체를 받은 암흑노야가 옥황, 광명의 통수로 인해 굳어버리고, 그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다짐한 게 아니었나요? 심지어 이건 43권에서 본인이 회상한 거잖아요! 암흑상제 본인이!!


정말.. 너무하네요. 54권부터 시작되는 3부는 갑자기 뜬금없이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서 작화는 이질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바뀌고, 서유기에서 모티브되었던 모습은 어디가고 rpg 게임스러운 판타지 도시에서 현대인들이 등장하더군요. 

54권을 보기 전이지만, 이번엔… 충격이 너무 커서 더 이상 기대가 되질 않습니다. 저 혼자만 그런 걸수도 있지만, 뭔가 54권 예고를 보면서 심장 하나를 도려낸 기분이었습니다. 충격을 받아서 쓰러져요? 아닙니다. 정말 아까 말대로 10분 동안 그 패이지만 멍하니 쳐다봤어요. 


제가 더 길게 말해봤자, 바뀌는 건 없겠지요..

하지만 북21 님, 아울북 출판사 여러분,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이 만화를 탄생시키고, 흥하게 한 장본인인 스튜디오 시리얼 작가님들에게 이 소식을 직접 전달해드린다면, 과연 그분들 앞에서 떳떳하실 수 있을까요? 과연 이분들의 작품을 이런 식으로 연장시키는 게 이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는 행동일까요?


전 일개 독자일 뿐이지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었네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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