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과과과광. 굉음이 전체로 울려퍼졌다. 불길이 주변을 빨갛게 만든다. 그야말로 대폭발이였다. 그저 내가 이런 지옥같은 곳에서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
나는 내가 들고 있는 언니의 검과 쓰러져있는 언니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못 물어봤는데. 근데 죽은 건가. 하긴 이런 폭발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웠으니까. 이 언니는.. 날 구하기 위해서 목숨까지도....
"....언니."
바람과 달리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제발 일어나봐요, 언니.... 언니. 언니.. 언니....!"
급기야 직접 언니의 몸을 흔들어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제서야 이 상황을 제대로 실감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대폭발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현재로서는 나 한 사람 뿐. 눈앞에 보이는 건 시뻘건 불길과 나를 구해준 언니, 그리고 그 언니의 검 뿐이였다.
나를 구해준 언니는 죽었다. 언니는 나한테 꼭 살아남으라고 말했다. 당연히 언니의 말대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으라는 언니의 뜻을 이룰 수 있다. 살아남아야 언니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난 이곳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지.
언니가 너무 신경쓰였다. 자꾸만 언니에게로 눈이 갔다. 언니가 죽은 건 아는데 왜.. 왜 자꾸, 살아있을거라는 희망을 갖는거지? 분명 죽었잖아.. 뜨거운 불길이 내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순간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유? 글쎄다.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절망감에, 나 대신 언니가 죽었다는 자책감에, 언니는 진짜 죽었고 그런 언니를 두고 가야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슬펐을 뿐이다.
점점 다가오는 불길에 나까지도 몸을 태우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안되는데. 언니가 꼭 살아남으라고 했는데. 꼭 옳은 사람이 되라고 했는데.
날 위해 희생한 언니를 위해서라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삶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근데 과연, 나 혼자 살아남은게 옳은 일인가.
검 손잡이 부분을 자세히 보니 글씨가 새겨져 있다. '루후안 루엔에게' 라고. ....언니의 이름이 루엔이였구나. 루후안 가문의 루엔. 이름도 예쁘네. 루엔 언니..
언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고마워 언니. 잘 알지도 못하는데, 혼자 살 수 있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나를 위해 희생해줘서 고마워. 미안해 언니. 잘 알지도 못하는 나 때문에 희생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해서 미안해.
난 일어서야 했다. 불길에 맞서야 했다. 살아남아야 했다. 힘겨워도, 고통스러워도, 희생을 해야한다 해도. 언니를 기억하며, 다른 염화의 리더들을 기억하며. 루엔, 그 이름을 기억하며. . . . "이어서 소스시티의 속보입니다. 일주일 전 일요일 오후 3시쯤, 마정석 연구소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염화의 리더들과 연구하던 중 대량의 마정석 옆에서 마법을 쓴 실수를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급히 불을 꺼봤지만 모든 시신들이 불타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카곤의 루후안 루엔을 비롯한 500여명의 염화의 리더들과 연구소장 및 연구원들이 숨진 것으로 밝혀져 유가족 분들과 삼국 시민들이 큰 충격을....."
일주일 전에 소스시티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루엔이라는 이름을 듣고 뭔가 생각날 듯 말듯.. 그때 들고 있던 검에서 우연히 글씨를 발견했다. 어? 루후안 루엔에게...?
"래퍼드~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이제 곧 그분이 오실거야. 준비해야 되." "아.. 알겠어, 단."
단이 내게 싱긋 웃어보였다. 너는 얼굴에서 빛이 나는 듯 보였다. 그 미소는 내 머릿속 잡생각들을 잊게 해줬다. 마치 처음부터 알면 안 된다는 듯이. 위험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