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그 시절 사랑했던 우리를(1)-너에게 취해서2025-11-01 09:36:44
작성자

※스킨쉽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주의...ㅋ 난 분명 경고함.



 "싫으면 밀쳐내"

 그나 오늘 처음 꺼낸 말이였다. 갑자기 문자로 만나자며 연락했던 그. 막상 만나서 하는일은 연거푸 술을 마시는 것 뿐이였는데.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던 그가 취했는지 이상한 말을 하더니 갑자기 내 허리와 뒤통수를 감싸며 살며시 입을 맞춘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놀랐지만 어째서인지 싫지만은 않았다. 나도 술에 취해버렸나. 아니면 옛날의 그 감정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인가. 그와의 추억 속에서 작게, 아니 크게 피어올랐던 설렘이 느껴진다. 어쩌다보니 나는 너에게 잠시 취했다.


 아, 맞다. 실수했네. 그를 밀쳐낸 건 내게 남친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후였다. 내가 이러고 있었다는 걸 알면 길길이 날뛰었을 텐데.


 "야, 갑자기 만나서 하자는게 술이나 퍼먹고 취해서 입맞추는 거였냐?"

 "..."


 농담삼아 한 내말에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쉬운 듯 입술만 매만질 뿐. 이게 대체 무슨 태도지.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진다. 침묵을 깬건 내가 아니라 그였다. 그는 나를 여러 감정이 서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있잖아, 많이 보고싶었어. 진짜로."

 그는 히죽 웃는다. 진짜 취한 듯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그는 술 앞에서는 진실된 사람이 되니까. 하지만 이제와서 어쩌자는 거지. 왜 갑자기 보고 싶었다는 거지.


 "나 싫었지."

 너의 말에 잠시 멈칫한다. 어떤 모습을 말하는 걸까. 예전에 나와 싸웠을때? 아니면 너가 헤어지자고 말했을때? 그도 아니면 방금 입맞췄을때? 아니, 우리의 추억 속 그 모습을 말한거겠지. 근데 이제와서?


 "미안해. 사랑한다 한마디를 못해줘서.. 늦었지만 그때의 나를 용서해줘."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지금은? 사랑한다고 해줄 수 있어?"


 잠시 설레었던 내 머릿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검게 물들었다. 난 그를 용서한 걸까, 용서하지 않은 걸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난 아직도 그를 사랑한 걸까. 그래서 나도 이제와서,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그를 사랑했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그를 아직도 품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 침묵 속에서 돌아온 말은 '미안해' 였다. 대체 뭐가 미안한 거지.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나 내게 미안해했다. 좋아한다는 말을 했을때도, '좋아해' 라는 말을 해달라고 했을때도, 사랑해달라고 했을때도, 헤어지지 말아 달라 했을때도, 방금 입맞췄을때도, 지금 내말의 답도 그의 대답은 언제나 '미안해' 였다.


 내가 그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언제나 '사랑해' 였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 정말 쓸때없는 말인데도 지금까지 그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 변하지 않은 건 왜일까. 난 왜 새로운 인연을 만나도 그에게서는 벗어날 수 없었던 걸까. 단지 너를 사랑해서? 단지 너에게 취해서? 아니면 그냥 집착이였을까.


 "넌 날 한번도 사랑해준 적 없니? 미안하다는 말, 그만 듣고 싶어. 사랑한다고, 그게 안되면 사랑했다고 라도 듣고 싶다고. 그때 못해줬고, 너도 반성했으면 지금이라도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미안..."

 "그만! 그만 미안해하라고!! 사랑한다는 말, 그 한마디조차 못해주니?"

 "....너와의 사이를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아."


 망치고 싶지 않다고? 지금까지 망쳐진게 누구 탓인데.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한다. 근데 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우리 둘 다 진짜로 취했나.


 난 왜 그를 놓지 못하는 걸까. 그저 나만의 욕심이였나. 아니면 내가 우리 사이를 망친걸까. 뒤틀려버린 관계를 바로잡을 생각조차 안 했던 것 같긴 하다. 내가 그에게 바랐던 게 많았던 것 같긴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사랑한다 라는 말 한번도 못해줄 이유가 되는 건가.


 내 마음은 우리의 관계처럼, 서서히 틀어진다. 어느새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는 내가 우는 모습에 놀란 듯 했다. 그래, 난 그에게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했다. 차갑고 냉정했던 성격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바꾸려 노력했고 용모에도 더욱 신경썼다. 몸매에도, 패션에도, 그에게 보이는 모든 곳을 신경썼다. 오직 그를 위해서. 그는 내게 뭘 해줬던가.


 나는 그를 등지고 그에게서 벗어나려했다. 그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난 어쩜 이리 한결 같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똑같을 지도 모른다. 내가 뛰쳐나가려하자 그는 내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

 "....뭐 할 말이 더 있어? 미안해?"

 "그게 아니고.."


 나는 그에 말해 신경쓰지도 않고 손을 뿌리챈다. 순간 그는 뒤에서 날 끌어안는다. 도망치려 했지만 난 거기서 끝이였다.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온기가 내게 전달된다. 그의 숨소리도, 심장소리도.


 그래, 난 너에게 취했나보다. 그래서 영원히 잊지 못했나보다. 그랬나보다.

#그 시절 사랑했던 우리를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질문(단편)2025-11-02
-그 시절 사랑했던 우리를(1)-너에게 취해서2025-11-01
다음찐 동결 선언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