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와 크레스...] 크레스: …넌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거야, 진짜. 해리: ... 크레스: 말하지 그랬어. 천륜에 손대는 그런 말,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냐고… 해리: ... 크레스: 그래, 그런 말 했잖아. 해리: ...떠나려 해. 크레스: 갑자기? 대체 어디로 가는 건데? 해리: 글쎄... 갈 데라고는 딱히 정해둔 곳도 없고. 크레스: 야, 저잣거리 같은 데가 얼마나 험한지 너도 알잖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해리: 나도 한때는, 역관이 되는 게 꿈이었어. 크레스: 그게 무슨 소리야? 해리: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 꿈을 내려놓았지. 그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새로운 꿈이 내 안에서 피어나더라고. 크레스: ... 해리: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뭐든 견뎌낼 거야. 넘어져도, 아파도, 다시 일어나고 또 견딜 거야. 그러니까... 크레스: ... 해리: 도와줘.
[시엔과 루엔] 루엔: 사엔은 어때? 시엔: 죽을 사 자 생각나서 싫어. 루엔: 음... 그럼 소엔? 시엔: 작을 소 자. 루엔: 그렇긴 하지. 음... 그럼 설엔? 수엔? 성엔? ... 서엔? 시엔: 추천해 주는 정성은 고맙지만 난 됐어. 루엔: 너도 성인식 하고 이름 받아야지~ 없으면 그냥 서엔으로 해? 시엔: ...어떤 이름을 받든... 결국 그 이름으로 또 누군가를 밟고 서야 한다면… 나, 그런 이름 싫어. 루엔: ... 시엔: 언니...나는...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 그냥 가문의 이름 말고... 진짜 내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어. 루엔: 또 그 소리. ...더 이상 선을 넘지 마라. 이 뒤에 그런 소리가 다시 한번 내 귀에 들린다면 내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시엔: ... 행복해? 루엔: 그 질문만 몇 번을 해? 그래, 행복해. 왜? 시엔: 진심으로? 루엔: 진심으로. 시엔: ... 행복하구나... 좋겠다... 루엔: 너, 진짜 이상한 거 알지? 시엔: ... 알아... 나도 ...알고 있다고!!! 그래서... 난... 더 힘들단 말이야... 차라리 몰랐으면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나 이상하니까... 이상한 애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없잖아... 루엔: ...
[그날 밤] 시엔: ... 할 말이 있다 하셨습니까? 해리: 소인이... 가주님과 아가씨 사이를 모르고 그만 해서는 안 될 말을 하였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시엔: ...괜찮습니다. (저는.. 저는 왜 하필 가주님과 연을 맺었을까요... 천륜만 아니었다면 전 언제든지 이 가문을 박차고 나갈 것입니다...) 해리: 저, 사실... (제가 떠나려고 합니다...) 시엔: 예? 해리: ... 아닙니다. 야심한데, 어서 들어가십시오. 시엔: 예. 안녕히.
[시엔] 시엔: 왜 나일까... 왜 하필 나야... 천륜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서,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 가문의 무게가 등 뒤에서 숨 막히게 짓누른다. 사람들은 말한다. ‘운명’이라며, ‘가문’이라며... 하지만 그 운명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건, 무수한 희생과 절망뿐이라는 걸 나는 안다. 나는 단지... 내가 누군지 알고 싶을 뿐이다. 진짜 내 이름, 내 삶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모두가 나를 ‘가주님의 딸’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저 ‘시엔’일 뿐이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다... 언젠가는, 꼭.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아직도 싸워야 한다.
[하오천] (한참 회의 중) 하오천: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소. 하인1: 가주님, 오늘은 수수께끼를 아니 내십니까? 하인2: 맞습니다! 오늘도 수수께끼를 내셔야지요. 소인은 수수께끼 푸는 맛에 일을 합니다! (뒤이어 여러 사람들의 호응) 하오천: 음, 그럼 하나 내 보겠소. 흐음... 어디... 우리 가문의 홍룡문을 지나는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이나 되는지 아시오? 하인3: 홍룡문은 하루에도 만 명의 사람 이상이 지날 텐데... 루엔: 아버님, 제가 감히 아버님의 수수께끼를 맞혀보아도 되겠습니까? 시엔: (루엔을 살짝 본다) 하오천: 좋다! 어디 한번 말해 보거라. 루엔: 하루에 홍룡문을 지나는 사람은 두 명입니다. 하인1: 아가씨, 홍룡문을 하루에 두 명 밖에 지나지 않는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역병이라도 퍼졌단 말입니까? 하오천: 그럼 그 두 사람의 성씨를 말할 수 있느냐? 루엔: 이 가와 해 가입니다. 아버님께 이로운 사람, 그리고 아버님께 해로운 사람들 말입니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은 셀 필요가 없으니 저는 하루에 두 명만 지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오천: 훌륭하다. 네가 맞혔구나! 시엔: 전 달리 생각합니다. 하오천: ... 그렇다면 시엔 네 생각도 한번 말해 보거라. 시엔: ...아버님,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홍룡문을 지나는 사람은 단지 두 명만이 아닙니다. 저는 셋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시엔에게 쏠린다.) 하인1: 셋이라니요? 도대체 누가 그 셋이란 말입니까? 시엔: 첫 번째는 아버님께 이로운 자, 즉 ‘이(利)’입니다. 두 번째는 아버님께 해로운 자, 즉 ‘해(害)’입니다. 이 두 가지는 이미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세 번째, 그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있습니다. (시엔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단호해진다.) 그것은 바로 ‘배신자’입니다. 가문과 혈연을 등지고, 신의를 저버린 자. 그들은 가문의 품을 떠나 홍룡문을 지나가는 자들이 아니라, 이미 가문의 일원이 아니기에 그 문을 통과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회의장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인다.) 하오천: (조용히, 그러나 엄중하게) 그 배신자는 하루에 몇 명이나 되는가? 시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아무도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배신자가 되는 순간, 그는 가문의 품에서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홍룡문은 그저 출입문이 아니라, 가문의 정체성과 명예를 상징하는 문이니까요. (시엔의 말에 방 안의 공기는 더욱 무겁게 내려앉는다. 몇몇 하인들이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시엔: 그러니 저는... 하루에도 두 명밖에 홍룡문을 통과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홍룡문은 언제나 많은 이들이 오가고, 그 가운데 사랑하고, 배신하고, 상처받고, 싸우며 가문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진정한 가문은... 이 모든 과정을 견디고, 그 너머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하오천: ... 루엔: ... 하인들: ... 시엔: (결연) 하오천: 그 말의 의미는 아느냐? 시엔: 압니다. 이제, 제가 그 홍룡문을 통과하려고 합니다. 루엔: 시엔... 너... 시엔 : 이도 아니고, 해도 아니고. 배신자로서 말입니다. 하오천: (대노, 하지만 참는 중) 시엔: 전 떠납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리와 크레스] 해리: ... 진짜 가네. 이제... 크레스: 야!! 야야야 기다려!!!! 해리: 네가 여길 왜... 크레스: 왜긴, 나도 같이 가려고 기다렸지. 해리: 뭔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난 다시 안 돌아와. 떠나면 끝이라고. 크레스: 알아~ 그래도... 우리 친구잖아. 해리: ... 바보. 크레스: (웃는다)
시엔: 안녕, 루후안 가문. 내가 다시 돌아오는 날엔... 이 가문이 무너져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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