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만약에 우리가...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길을 걷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모든 고통이
아예 내게 닿지 않았을까?
그렇게 되면,
내 안에 이토록 깊이 박힌 죄책감도, 나에게 쏟아지는 원망도,
조금은 가벼워졌을까?
내가 저지른 수많은 실수와 잘못들을,
너희가 진심으로 나를 미워할 때마다,
나는 그저 도망치고 싶었어.
그럴 때마다 마음이 갈가리 찢기듯 아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모든 원망 속에서
한 줄기 희망 같은 말을 기다리고 있었나 봐.
"나를, 원망하지 않아?"
그 대답이... 너의 입에서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어. 가늠할 수 없는 참 오랜 시간 동안 말이야.
.
.
.
"아니."
그 한마디에
내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어.
"그래. 어차피 난 기대하지 않았어. ...그럴 자격도 없으니까."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뒤돌아서 걸어갈 때,
너는 덧붙였지.
"나... 너를 원망하지 않아."
. . .
"...내가 너희들을 배신한 그날에도?"
"응." "...내가 너희들을 공격한 그날에도?" "응." . . .
"내가 네 친구의 부활을 막은 그날에도?"
너는 잠시 침묵했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느꼈어.
"그것 봐. 나는 결국 용서받을 수 없는 존재야. 더 이상..."
그 말에, 너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지.
"해리야, 난 한 번도 널 원망한 적 없어."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모든 분노와 슬픔이 눈물이 되어 터져 나왔어.
너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지.
"너는... 너는 그 자체로 충분해. 난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아. 단지... 네가 돌아와서 기뻐. 정말, 정말이야. 난 그거면 됐어."
그 말이 내게는 ...전부였어.
"나에게 다가와줘서 고마워."
"내게 상처를 줬어도,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나를 포기하지 않아서 고마워, 오공아."
나는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어.
그 눈빛 속에는 오래된 아픔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이 담겨 있었지.
그 눈빛과 함께, 나는 처음으로
진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