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한 불쌍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아니, 소년일리가 없겠지. 그 육체가 소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렸으니 말이다. 그래, 이야기는 화과산에서 한자라는 글자를 끄적이며 시작된다. -하늘 천(天), 땅 지(地).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천, 지, 그다음 한자. -사람 인(人)! 그래. 이것은 모든 일의 원천이었다. 그녀의 손짓은 모든 파괴를 불러일으킬 짓이었다. 사람 인. 단 두 획만 그으면 끝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두 획이 안 그어졌다면 분홍 저고리 소녀와 낙인이 새겨진 비윤의 세자에게 불운한 일을 벌이진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 아이'가 더이상 울지 않았을 텐데. 그 소녀를 지키지 못해 흘리던 그 눈물을. 부모를 공격하던 세자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그 아이'에게서도 잊혀졌던 소녀의 이름을. 그것들을 모두 지킬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어쩔 수도 없었겠지. '그 아이'가 대마왕을 무찔렀으니까. '그 아이'가 '그 소녀'를 지키고 친구가 되어주었으니까. 그리고 잊혀지더라도 결국 '그 소녀'를 기억해냈으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화과산의 '그 아이'가 바위에서 탄생한 날, 그 이야기의 첫 장이 써내려지는 날,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마물들이 가득한 암흑계에, 빨간 머리의 소년이 탄생했다. 소년은 너무나도 기뻤다. 이 육체로 만지고, 듣고, 맡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마물들은 소년보다 강했다. 이 아름답고 굳은 살이 전혀 박히지 않은 손은 마물에게 으스러졌고, 뽀얀 피부는 붉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해온 소년은 생각했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이지?' 이렇게 된 환경에서는 이런 생각만 들 것이었다. 날 만든 사람을 원망하고, 죽이겠다고. 이 소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상처가 아물며 굳은 살이 생기는 듯이, 소년은 마물이 자신을 붉게 젹시고, 뼈를 으스러뜨려 가루가 될 수록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연약한 팔 다리는 단단한 뼈 위에 얇은 막 같은 것이 둘러싸여져 있었다. 그 막은 피부같았다. 고무를 만지는 기분이었지만. 흉측한 모습을 한 소년은 아직도 자신의 아름다운 붉은 머릿결이 남았다는 것으로 자기 만족을 하고 있었다. 일은 잘 흘러갔다. 소년은 마물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야, 부르크. 부르크는 소년이 아끼는 마물이었다. -부르크, 지상은 어때? -... 부르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알았다. 부르크의 눈가가 빨개졌기 때문이다. -뭐, 나는 상관없어. 지상이 어떻든 난 죽일거거든. 부르크가 빤히 쳐다보았다. '누굴 죽일건데?'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소년은 주먹을 지며 말했다. -날 만든 사람. 그 말과 함께 세상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었다. 불쌍한 소년은 몰랐다. 이 암흑계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부글부글, 그 소리는 단지 끓는 소리가 아니었다. 퍼어엉! 하는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소년은 강했지만, 시붉은 뜨거운 용암은 이겨낼 수 없었다. 피부가 타올라 검어지고, 그 소년의 붉은 머리마저 검게 탄 흉측한 머리카락이 되었다. 아니, 머리카락이라 할 수도 없었다. 그 광경은 머리에 먼지가 달랑달랑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는 분노하기 시작했다. 눈물이 젖은 포효. 그 후,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일은 모르지만 적혀있는 것만으로도 확인이 되었다. 소년은 붉은 천을 뒤집어쓰고 시공의 나침판으로 향했도다. 아, 그의 표정은 살기에 가득 찼도다. 소년은 다짐했다. 이곳에서 기다리겠다고. 자신을 만든 자가 이곳에 올 때까지! 그의 이름은. 마 하 가 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