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낙원(樂園) [8화:찔레꽃-해리]2025-12-13 1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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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의 시점입니다.


 "에이~ 이거 찔레꽃이잖아요! 스승님께서 좋아한다고 하셨던!"


 ....찔레꽃? 내가 좋아한다고 했다고? 그러고보니 언제 흘려말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꽃이 뭐냐는 마만의 예전 질문. 대답하기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꽃인 장미나 백합을 말하려 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찔레꽃'이였다. 찔레꽃. 왜였을까. 마만도 그때 물어봤었다. 찔레꽃이 뭔 꽃이냐고.


 "....갑자기 어디서 났어? 일부러 찾으러 다녔을리는 없고."

 "조금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냥 꽃집이 있길레 스승님 생각나서요~ 별몬 님도 하나 줄 겸, 두개 챙겨왔지요! 찔레꽃 찾아보려고 제 머리를 쥐어짜냈다고요!"

 "아..."


 솔직히 말해서 신경 안 쓸 줄 알았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을 뿐인데도.. 기억해주다니. 내가 너무 과소평가한 걸까-


 '이제 가르쳐 주는 거, 힘들 것 같아.'

 '왜요?'

 '....나도 좀 쉬고 싶거든. 그냥 혼자있고 싶기도 하고.'


 예전에 마만과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정말 쉴 시간이 필요했기도 했고.. 마만이 지겹기도 했다. 그래, 좋은 제자였긴 했지만 마만과 동시에 나도 어렸다해도 빈말은 아니였다. 정 붙히기도 전에 그냥 떼어냈다. 이유라.. 그냥, 그냥 무서웠다. 근데 뭐가 무서웠지.


 '3년이면 없던 정도 생겨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3년간 전쟁터에서 알고 지내던 어른이 하던 말. 3년동안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나는 그 어른을 밀어냈었다. 하지만 나는 없던 정도 생겨야 하는 거 아니냐는 그분의 말의 무너졌다. 그날 처음 그분에게 정을 붙혀봤다. 어쩌다보니 그게 그분의 유언이 되긴 했지만-


 마만도 3년동안 스승과 제자인 사이로 지냈었다. 정을 하나도 붙이지 않은채로. 마치 그 어른처럼 내가 정을 붙이는 순간 위험해질 것만 같았다. 마만은 내게 정을 붙혔고, 더 이상 못 가르치겠다는 내 말에 울먹거리며 떠났다. 그러고보니 이번이 꽤 오랜만인 재회였네. 안 본지 몇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자자, 이제 들어가요! 그나저나 별몬 님은 깨어났어요?"

 "아, 응. 동맹하시겠대"

 "우와~ 정말요?"

 "으응. 그리고.. 3팀에서 생존자 2명을 더 구했대. 들었지? 그래서 우리 이제 10명이야."

 "아 참, 그랬죠? 히히. 왠지 기분 좋은 걸요~"


 마만은 싱글벙글하게 웃으며 별몬 님의 안식처으로 들어간다.


 "금방 왔네요?"

 "네. 딱히 멀리 간게 아니더라고요."

 "후훗, 제가 나가서 별몬 님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죠! 그래서 늦었다고요~"

 "아 그래요? 혹시 선물이.. 꽃?"

 "오~ 맞아요! 역시 예언자!"


 둘은 서로 즐거운 듯 이야기한다. 꽃을 보면서 예쁘다며 혹시 찔레꽃이냐 묻는 별몬 님. 그리고 그 말에 어떻게 알았냐며 호들갑 떠는 마만. 딱히 내가 낄 자리는 아닌 듯 했다.


 "저, 별몬 님. 이야기 중에 죄송하지만 혹시 어디서 자면 될까요? 이제 곧 밤이라서.."

 "아, 그러네요? 내일 동맹한 생존자 분들을 찾으러 가야 하니까 빨리 자긴 해야겠어요! 음.."

 "그냥 거실인 것 같은 여기에서 다 같이 자는 건 어때요?"

 "아, 저는 상관 없는데 해리 님이.. 싫어하실 수도 있고.. 남자시기도 하셔서.."

 "그럼 따로 자겠습니다. 저는 저기 소파에서 잘 테니까 여기서 마만이랑 같이 주무세요."

 "그래도 된다면야.. 감사합니다."

 "그럼, 그냥 지금 자요. 어차피 내일 빨리 가는 게 나으니까 좀 빨리 자죠뭐~"


 우리는 그냥 잠을 취하기로 한다. 둘은 생각보다 빨리 잠들었지만..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허튼 잡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이 좀비사태는 언제 끝날까. 아름답던 세상이 피로 물들 줄 누가 알았을까. 다시 원래 세상처럼.. 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찔레꽃... 계속 신경 쓰인다. 왜 마만에게 내가 좋아하는 꽃을 찔레꽃이라 했을까. 마만은 왜 그걸 외우고 있었을까.


 하여튼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오늘따라.. 어머니가 생각나는 밤이다.



[찔레꽃의 꽃말은 '고독', 그리고 '가족의 그리움'이다.]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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