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겁나 김 저번 건 그림자-부활 잘못 썼었음
나는 피온스에서 태어났다. 내 꿈은 의사였다. 이오니아의 가장 큰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하지만 피온스 출신인 나는 이오니아에서 일하는 게 불가능했다. 게다가 우하트도 아닌 작은 사막 마을에 사는 나를 이오니아에서 받아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못했다. 평생 의학만 공부하고 의학 능력만 쓰던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간호사가 되기는 싫었다. 나는 힘들게 우하트의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피온스라 그런지 시설이 좋지는 않았지만 나는 기뻤다. 의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던 중 대표 원장님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병원 내에서 원장 자리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다. 지원자는 많았다. 하지만 뽑힌 건 당연하게도 원장님의 아들이었다. 나는 그 놈을 정말 싫어했다. 물론 나만. 다른 사람들은 걔한테 잘 보이면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는 것처럼 굴었다. 하긴, 우리 병원에서 대표 원장님은 천민과 상민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원장까지 되었으니, 신분 구별이 없는 이 병원에서 원장 자리를 맡는 방법은 실력 아니면 빽이었다. 그 놈이 원장이 된 건 당연히 빽이었다. 그 놈은 들어온지 한 달도 안 된 신입이었고, 여덟 개나 되는 계급들 중 가장 아래 계급이었다. 나는 몇 년을 일해서 겨우 서너 번째 계급으로 왔는데, 그 녀석은 한 달만에 쭉 올라간 것이었다. 후배들은 부럽다는 것 말고는 아무 말이 없었고, 동기도 없는 나에게 겨우 한 명뿐인 내 선배는 어차피 곧 카곤으로 간다며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녀석은 처음엔 좀 잘하는 듯 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선배가 떠나자 태도가 바뀌었다. 특히 나를 괴롭혔다. 아마 내가 그 자리를 위협하니 그러겠지. 나는 정말 짜증이 치밀었다. 그 때즈음에 나는 신약 개발을 하고 있었다. 더 싸지만 효과는 좋은 약을 내 집에서 개발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 팔면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실험체가 필요했던 나는 때마침 독감에 걸린 녀석을 강제로 끌고 오기로 했다. “잠시 잠들어라, 마취.” 내 집 지하실에 녀석을 던져둔 나는 마취 마법을 다시 걸고 밧줄과 테이프로 녀석을 묶었다. 그러고는 미리 완성해둔 약을 주사기에 넣고 주사기를 녀석의 팔에 꽂았다. 내 예상이 맞다면 정확히 십 분 후 효과가 나타날 터였다. 십 분이 지나기 전 나는 모래바닥에 녀석을 던지고 멀리서 관찰하기로 했다. 십 분 후에 마취가 풀리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녀석이 보였다. 기침이 없고 적외선 카메라를 보니 열도 없는 듯 했다. 그 후로 나는 똑같은 방법으로 녀석에게 약을 실험했다. 주사, 수액, 섭취용, 연고 등등 종류는 다양했다. 모든 실험이 성공했다. 나는 나에게 2차 실험을 한 후 떠나기로 했다. 나는 내가 만든 약과 짐을 챙겨 떠났다. 나는 약을 피온스 정부에 등록해 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인체실험을 했다고 말해도 증거가 없었다. 카곤과 이오니아도 가봤지만 똑같았다. 나는 결국 불법으로라도 팔기로 했다. 내 노력이 사라지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삼국과 소스시티를 돌아다니며 약을 싸게 팔았고, 내가 최초로 개발한 약들은 아주 비싸게 팔았다. 소비자들은 계약서에 서명하고 약을 받았다. 그렇게 가끔씩 그들을 다시 만나면 그들은 웃으며 나를 알아보았다. 나는 어느샌가 유명세를 탔다. 사람들은 내가 왜 유명한지도 몰랐다. 그냥 유명했다. 내가 그토록 일하고 싶었던 이오니아의 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물론 거절했다. 지금이 딱 좋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나는 왜인지 늙지 않았다. 기사를 보니 그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약물이 몸에 들어와서 그런 것 같았다. 내 약물 실험에 쓰인 건 나와 그 놈뿐이니까. 이런 부작용이 생길 지는 몰랐는데, 오히려 좋은 건가? . . .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 피온스에 사는 엄마와 아빠를 뵈러 갔으나 두 분 다 무사했다. 나는 이 틈을 타서 치료제를 개발했고, 부모님이 마시게 했다. 부모님은 죽으려 했으나 다시 살아나 살아있는 시체인 언데드, 좀비가 되었다. 나는 다시 치료제를 입 안에 뿌렸지만 부모님은 몸이 굳더니 그대로 쓰러지셨다. “실패네.” 나는 부모님 시신이 있는 지하실에서 쓸 만한 것만 챙기고 흙을 채워 부모님을 묻었다. 기사를 보니 그 녀석도 이미 좀비가 된 듯 했다. 나는 치료제, 아니, 실패작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쓸 만한 것, 그리고 무기로 쓸 의료 도구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왔다. ‘치료제‘라고 만든 걸로 생명을 죽였다. 의료 도구로 생명을 죽여야 한다. 특별한 감정을 없었다. 그저 살아남는 방법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의사가 아닌 생존자로서의 모험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