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암흑상제의 캐릭터성 변화2022-10-08 00: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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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등장한 암흑상제의 모습. 23권에서 나온 육체를 잃은 암흑의 모습이다.


암흑상제. 설명할 것도 없이 마법천자문 만화 전체를 관통하는 악역이자 1부 대마왕의 상관이며, 태초의 4신 중 하나.

53권까지의 모든 일의 중심이자 배후인 인물이 바로 이 캐릭터였던 만큼 절대 이렇게 몰락해서는 안됐을 인물이었다. ​아 물론 몰락은 해도 이렇게는 안됐다고.


다시 잘 살펴보면 그는 충분히 좋은 캐릭터로, 그것도 훌륭한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여지와 플롯이 충분했다.


- 까마득하게 오랜 시간을 살아온 모든 어둠의 근원.

- 형과 친구들에게 외면 받고 복수를 갈구하는 자.

- 암흑계 밑바닥에서 자신의 완전부활만을 꿈꾸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


이것만 봐도 매력적인 악역이 될 요소는 충분한데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왜냐? 세 명의 작가가 본 암흑의 캐릭터성이 죄다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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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권~41권까지의 암흑.


개인적으로 이 모습이 제일 멋있고 포스있어 보인다. 암흑은 마법천자문 세계관에서 어둠의 신이기도 했지만, 죽음의 신이기도 하였다. (광명계 한정으로)

그러니 해골 모습의 암흑도 죽음 그 자체(그림리퍼)를 표현한 모습이기도 하였기에 매우 차가운 포스가 넘쳐흘렀다. 대마왕보다 거대한 모습이기도 했고.


물론 이건 개인적인 감상에 불과하고, 53권의 암흑의 모습이 뿔 달린 악마와 같은 모습이라 그걸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아무튼 각설하고, 그의 전체적인 행적에서 묘사된 캐릭터성은 그저 2류 악당에 불과했다. 시리얼 작가가 만든 대마왕을 1류 악당이라 평가한다면 그는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는 108요괴의 상관이지, 타락한 진현인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는 관계였다.


그러니 108요괴의 상관이라는 점은 처음에는 그냥 1부와 2부를 이어주기 위한 연결장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2부가 시작했을 당시 그는 이미 광명상제를 납치했고, 광명계의 대부분을 장악한 시점이었다. 풍요의 대륙에는 저항군이 남아있었고, 메마른 대륙에는 가까스로 생존자들이 지하 도시에 틀어박혀 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오공이 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암흑상제와 정면으로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는 상황.

시작부터 1부의 대마왕보다 매우 유리한 상황에 있었던 것이다.


나름 책략도 있었고 부하들에게도 그리 모질게 굴지 않은 최종보스였다. 교만이 실패를 자주하고 트롤 짓까지 했음에도 처단하지 않고 끝까지 써먹었고, 잔혹이 죽자 다른 마왕들에게 크게 진노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 내심 검은마왕을 보며 조롱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충복이지만, 원수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가 옥황계 태자를 만났다고 보고하자 자신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쳤다고 크게 웃기도 했다.

즉 이녀석은 아들과 아버지끼리 싸움 붙여두는 걸 좋아하는 진성 악마다. ​41권에서 패드립도 날렸고.


카리스마와 포스는 부족했어도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나 논란없던 그저 2류 악당에 불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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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권~52권까지의 모습.


암흑이 나락으로 빠지게 된 것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스토리 작가가 김현수 작가로 바뀌고 나자 되지도 않는 암흑 미화가 시작되었다.


물론 이녀석이 처음부터 악역은 아니었다는 복선과, 온화와 자비에게 그런 짓을 하게 된 것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광명의 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형으로서 동생을 불쌍히 여기는 광명의 우유부단함과 형제애를 위한 장면이었지, 절대 암흑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설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작가는 암흑의 이런 '처음부터 악역은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를 미화하기 시작했다.

어둠이 악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외치며 그의 과거의 선했던 모습들을 회상시켜주기 시작한 거다. 마치 그의 타락에 정당성이 있다는 것처럼.


근데 자세히 들어다 보면 정당성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암흑을 대신하게 만들려한 옥황은 악당으로 비춰보였지만, 오히려 모든 정당함과 정의가 그에게 있었다. 암흑이 육체까지 뺏어놓고 이제는 영혼까지 마법천자문에 봉인하냐며 외쳤을 때, 이녀석은 이미 전에 자기가 보낸 108요괴는 맘에 들었냐며 비아냥거렸다.

삼장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잘못된 거라는 걸 아는 놈이 자신의 부활을 위해 수많은 인간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말이 되는가? 불쌍해 보이는가?

그것의 정점을 찍은 것은 암흑이 성불하는 온화자비를 보며 이게 자신이 해야할 일이라며 만족스럽게 웃는 장면이었고, 당연히 당시 독자들은 개폭발했다.


수많은 떡밥만 날리고, 말도 안되는 미화로 모든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을 바보로 만들었기에.


내가 생각한 마천의 암흑시대였다.


이렇게 최종보스라고 말하기도 힘든 애매한 모습에 독자들 사이에서는 오만이 최종보스라고 추앙받기도 했었다. 그만큼 암흑의 캐릭터성이 애매하고 불완전했으며 그의 입지가 나락으로 떨어졌었다는걸 의미한다.

암흑계의 최고 군주가 자신의 일개 피조물에게 밀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대마왕을 보자. 그도 불완전한 부활을 겪었지만 죄다 무시하고 회복했으며 다시 한번 자신을 마법천자문에 봉인하려는 연합군의 계획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더 강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현수 작가는 그의 피해자인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 4대신 중 최강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부활만 완벽했어도...!" 하며 찌질한 모습을 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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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완전부활한 암흑의 모습.


작가가 유대영 작가로 바뀌자 이전 작가의 악역 미화를 의식했는지 악역미화가 싹 다 사라졌다.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조차 주지 않게 하기 위해 철저히 악역으로 만들어졌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철저한 악역을 만들기 위해 42권부터의 모습을 싹 다 자기부정 해버렸다.


즉 잘못을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잘못을 해버린 것. 지워도 너무 지운 것이다. 암흑 미화에서 암흑 절대악으로 캐릭터성을 바꿨지만 독자들 입장에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암흑을 이해하기 더 힘들었다.


"어둠을 악이라고 먼저 주장한 건 너희였잖아!" ->

"모든 것은 악에 의해 순리대로 흘러가야 한다! 그 순리에 거부한 것은 다른 세 신이다!"


캐릭터성 변화가 맞물리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42권부터 49까지의 캐릭터성을 삭제하고, 41권까지의 캐릭터성과 맞붙여보면 어느 정도 맞물리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건 너무 갔다.

그렇다고 42권부터의 스토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자신이 누구보다 아꼈던 암흑노야를 그렇게 처단해버리면 독자들 입장에서는 "????" 하고 이마를 팍치게 된다.



즉 정리하자면 대마왕에 비하면 2류였지만 잘 가던 암흑상제를,

김현수 작가가 미화로 한번 망치고, 그걸 만회하려다 너무 가버려서 3류 악당이 되어 한번 더 망친 악역이 되버렸다.


처참한 몰락이다...ㅠㅠ


53권에서의 그의 유일한 1킬이 자신의 충신이었던 만큼 불쌍함을 금치 못한다. 무슨 파워레인저 3류 악당인가.

희망의 꽃잎에, 마법천자문에, 파멸의 창 원기옥 되받아치기에, 여신이 된 삼장의 동귀어진 봉인이라니. 수많은 떡밥을 해결하고자 보스전이 이렇게 간단히 끝나버렸으니 뭐라 할말이 없다. 이딴 게 우리가 기대한 2부 최종전투?


차라리 직접 암흑군단을 지휘하여 옥황군과 연합군을 일시적으로 퇴패시키거나, 이세상 모든 죄악의 힘으로 대륙 하나를 완전히 쪼개버리는 힘이라도 보여줬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원수라며 천세의 검에 베이고, 자신이 저지른 수많은 죄악의 인과응보를 받고 나서, 마지막으로 밝게 웃고 있던 그 시절의 자신과 친구들을 회상하며 자신의 뭐가 문제였을까 후회하는 최후였어도 이것보다는 휠씬 좋았을듯.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유언으로 남긴 말이 자기도 이럴 걸 대비해 후예를 준비했다고 한다. 참 나...


이미 전쟁에서 참패한 주제에 후예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는데, 무려 다음권에서 어떤 설명도 없이 마하가라가 그냥 손오공을 압도하고 있었다. 

뭥미??? 이래놓고 3부를 한다고???


이렇게 건성으로 암흑을 끝장내놓고 다른 세계관으로 건너가 3부를 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독자들은 나가떨어져버렸다.



그저 눈물을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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